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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는데 해답은 없는 ‘CJ-무비 포럼’ 어쩔 수가 없나? [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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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부산=함상범 기자] CJENM의 게열사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 미디어 업계의 위기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미디어를 이끄는 1위 기업이 새로운 활로를 뚫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수많은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들이 몰렸으나 아직 갈 길은 먼 듯하다.

국내 콘텐츠 분야의 1위 기업인 CJENM이 4일 오전 10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에서 ‘CJ-무비 포럼’을 개최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 생태계에서 각자의 고민을 나눠보고 발전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행사다.

CJENM을 대표하는 얼굴이 대거 모였다.
CJENM 윤상현 대표, 조진호 CGV 국내사업본부장, 민선홍 티빙 CCO, 서장호 CJ ENM 콘텐츠 유통사업부장, 이동현 CGV 경영혁신실장 이동현, 장경익 스튜디오드래곤 CEO, 최주희 티빙 CEO,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 유재선, 한준희, 전고운 감독 등이다.

◇윤상현 대표가 밝힌 연간 1조원, 어디에 투자하나?


대부분이 K-콘텐츠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한국 콘텐츠 업게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위기론에 대다수가 동의했다.
유튜브와 OTT 등 플랫폼 다각화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늘어났고 여기에 따른 관람·소비패턴이 달라졌다.
기존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의 성공 여부에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수익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투자 심리는 위축됐고 신규 제작 콘텐츠는 줄어들고 있다.

매년 20편 가까이 영화를 제작했던 CJENM은 사실상 발을 뺀 상태다.
내년 라인업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 없다’ 뿐이다.
영화 제작사들은 CJENM이 투자를 줄이면서, 위기를 깊게 느끼고 있다.

윤 대표는 “과거 숱한 천만 영화를 배출하면서 작품성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 방정식이 과연 앞으로도 통할 것이냐는 점에서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영화산업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데 보다 고민을 많이 하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 ENM은 팬데믹 이후 수백억원을 투자한 영화 대부분이 흥행에 참패했다.
‘더 문’ ‘외계+인’ 1~2부, ‘교섭’ ‘유령’ ‘탈출: 사일런스 프로젝트’ 등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영화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구창근 당시 CJ ENM 대표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실제 CJENM은 신작 투자를 줄였다.
올해 개봉작도 ‘외계+인’ 2부 ‘도그데이즈’ ‘패스트 라이브즈’ 뿐이었다.
내년은 더 적다.
풍문이 현실화된 셈이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CJ ENM은 여전히 세상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다”며 “국내 최고 수준인 연간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하며 K-콘텐츠 생태계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J ENM이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다시 한번 콘텐츠 사업의 본질과 기본기에 충실하고자 한다”며 “‘온리원 IP(지식재산)’ 경쟁력을 세계로 전파해 문화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IP 파워하우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조원의 투자금을 어디에 활용할지 에 대해서는 분명히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마치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가 수조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그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과 비슷한 행태다.
발언에 힘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제작비 늘고 수익성 주는 구조, 대안 없나?


이날 행사에서 맹점을 피했다.
영화계 가장 큰 문제는 제작비 상승이다.
2019년 7월 이후 촬영 현장에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촬영회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초과근무를 위해선 스태프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두 시간을 더 찍기 위해 1회차 촬영을 늘리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인건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과거 50억원에 만들 수 있는 영화가 80억원 단위로 늘어났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A급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글로벌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약 50명 배우가 제작비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형태다.
작가와 PD의 기획력보다 누구를 캐스팅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기획은 보지 않고 배우의 이름에만 의존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편성을 받을 수 있는 주인공 배우의 몸값만 높아지고, 조연 및 단역 배우들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인력 유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대로 수익은 떨어지고 있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점점 줄고 있고, 드라마나 영화관 광고도 줄어들고 있다.
단가는 내려가고 있다.
글로벌 판매 수익으로 겨우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이 열악한 건 막을 수 없다.
이 현상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이날도 없었다.
CJENM의 대표가 모였음에도, 제작비에 뾰족한 언급이 없었다.

다만, 효율적인 제작비 운용에 있어서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다소 포괄적이었다.

장경익 CEO는 “제작비를 줄인다는 건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최적화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새로운 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작비 절감이 필요하고 작품마다 적합한 예산인가를 판단할 모델을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장호 부장은 “개발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 추가 수익을 찾아내는 것 두 가지가 중요하고 그렇게 해오고 있다”며 “개발비 관리로는 유통 전반에 걸쳐 AI와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는 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로컬 플랫폼 다각화로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글로벌 확장과 성공, 노력은 하지만 성과는 언제?


CJENM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개봉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자본으로 미국 제작사 A24와 협업했다.
해당 영화는 2024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다.
미국을 넘어 가국에 걸맞는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태도다.
CJENM은 꾸준히 글로벌 작품을 찾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장경익 CEO는 “추가 성장 동력을 미국, 일본 중심 현지 드라마 제작에서 찾고 있다.
현재 20여개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최주희 CEO도 “미국, 동남아, 일본 등 K콘텐츠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들 위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중요한 건 훌륭한 콘텐츠다.
작품이 재밌으면 아무리 플랫폼이 좋지 않더라도 달려가는 ‘영화의 민족’이다.

장경익 CEO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웰메이드 작품을 만드는 거다.
그게 우리의 책무”라며 “좋은 소재와 연출, 연기 등을 바탕으로 K드라마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고 신진 크리에이터와 신예 배우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프로젝트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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